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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현명한 투자자의 지표 분석법 ⑧

경제 경영 출판사 부크온에서 지표를 중심으로 산업을 살펴보는 ‘현명한 투자자의 지표 분석법’을 발간했다. 이 책은 투자의 선구안을 기르는 데 적합한 책이다. 책의 내용 중 예비 독자들과 공유할 만한 부분을 발췌해 연재한다. 

 

2017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비난하고 파리기후변화협정도 탈퇴했다.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반대하고 자국 내 화석 에너지(석탄, 석유, 가스)개발을 통한 에너지 자립과 활성화 그리고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으로 천명했다.

(세상은 트럼프를 ‘사기’라고 했지만) 트럼프는 지구 온난화가 ‘사기’라고 했다. 태양열의 강도는 태양 흑점 활동이 높아질수록 강하게 나타나며,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태양의 주기적 변화가 지구 기후에 미치는 영향일 수 있다고도 했다.

그 시점, 중국은 반대편에 서 있었다.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5년 수준의 18%까지 줄이고, 석탄 소비를 제한한다는 것이다. 특히 수력, 태양광 및 원자력 발전 등 비화석연료 에너지 발전 비중을 중국 전체 발전량의 15%까지 확대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당시 중국의 속내는 화석 에너지 편중에 따른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고,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세계 주도권을 잡겠다는 것이었다. 아울러 전기차 시장에 대한 강한 드라이브 역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판을 짜고 주도하겠다는 복안이 깔려 있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9년 지금, 트럼프의 화석 에너지가 중국의 신재생 에너지를 압도하는 형국이다. 이런 판세를 만들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 가운데 하나가 미국의 셰일오일/가스다.

기존 원유 시추는 원유가 모여 있는 유전을 수직으로 땅을 파고 내려가 원유를 퍼 올리는 방식인데 반해 셰일오일은 지표면에서 수직으로 셰일층까지 굴착 후 셰일층과 나란하게 수평으로 굴착해서 생산한다. 셰일오일/가스 개발 기술의 진보는 미국의 화석 에너지 경쟁력을 다른 차원으로 높이고 있다.

미국은 셰일오일/가스 생산 10년 만에 사우디와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1위 원유대국으로 부상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의 원유 생산이 2018년 약 1,100만 배럴(1일)에서 2027년 약 1,500만 배럴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원유 생산 증가는 OPEC의 생산량 감소로 이어진다. 이는 유가의 향배를 미국이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동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점차 옅어지고 있다. 예루살렘이 이스라엘의 소유라며 중동의 눈치를 보지 않고 거리낌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으로까지 많은 것이 변했다.

지정학적으로 보면, OPEC 창립멤버이기도 한 베네수엘라와 이란 역시 모두 미국 제재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들 국가는 모두 중국과 관련이 있다. 세계 석유 매장량 1위 국가 베네수엘라는 재정위기와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중국이 오랜 기간 공들여온 남미의 거점이다. 석유를 담보로 대규모 차관과 각종 지원을 해왔다. 러시아 역시 구제금융의 대가로 베네수엘라 유정의 상당 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란 역시 중국 일대일로의 지정학적 중심 지역이다. 이뿐만 아니라 중국은 이란 산업장비 최대 수출국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최근의 이란 봉쇄는 중국에게 타격이 크다. 또 두바이유는 중질유 위주인데 반해 이란 원유는 경질유 위주라는 점에서도 미국과 부딪힌다. 미국의 셰일오일이 경질유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란 원유의 봉쇄는 셰일오일 수출 확대로 이어진다는 점도 고려요인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의 2019년 1분기 미국 원유 수입비중이 전체 수입량의 10%를 넘어섰다. 미국산 원유 수입이 2016년 연간 245만 배럴에서 2017년 1,343만 배럴, 2018년 6,094만 배럴까지 큰 폭 상승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에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최초로 WTI(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를 도입했다.

화석 에너지와 신재생 에너지의 패러다임은 보완의 관계이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당분간은 일방이 주도할 가능성이 더 높아진 셈이다. 화석 에너지 헤게모니를 보유한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원유를 수출하고, 또 달러로 모두 결제되는 상황을 상상해본다면 말이다. 여기에 경쟁자들은 하나씩 손발이 묶이는 상황까지 감안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세상은 시시각각 변하기 마련이다. 우선 큰 그림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우물 안 개구리’형 투자자는 항상 늦다. 지금 정유·화학 시장에 국한해 보더라도 미국 중심의 큰 판이 짜여지고 있는 모양새다. 앞으로 시장에 미칠 영향을 감안한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이다. 아울러 현명한 투자자라면 놓쳐서는 안 되는 핵심 포인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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