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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


그동안 투자의 교본을 꼽히며 오피니언 리더층에서 곧잘 언급되곤 했던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where are the customers's yachts?)가 드디어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됐다. 미국에서 1940년에 출간된 이 책은 금융기관의 탐욕과 부도덕성을 지적할 때 어김없이 인용되온 책이다.

이제는 명언처럼 굳어진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제목은 월스트리트를 찾은 탐방객을 가이드하던 안내인이 월스트리트 주변에 정박해 있는 화려한 요트들을 가리키며 주식중개인들의 요트라고 자랑스럽게 말하자, 한 순진한 탐방객이 "그렇다면 고객의 요트들은 어디에 있나요?"라며 마치 조롱하듯 반문했다는 에피소드에서 유래했다.

'고객의 요트'(이익)보다는 자신의 요트 챙기기에 급급한 월스트리트의 행태는 이 책이 쓰여진 당시는 물론,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혀 변한 것이 없다. 이 때문에 저자가 금융권에 던지는 근원적 질문이랄 수 있는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는 2012년 대한민국에도 엄연히 유효하다.

1920년대 말 전세계 경제를 뒤흔든 대공황의 여파속에서 빈털터리로 월스트리트를 빠져나온 경험이 있는 저자는 자신의 직간접적 경험을 바탕으로 왜 월스트리트에서 고객의 요트를 찾기 힘든지 고발한다. 저자는 그 이유가 바로 금융권의 근원적인 문제에 있다고 본다. 고객의 이익보다는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 바쁜 금융권이 고객이 돈을 벌기 힘든 구조로 월스트리트를 꾸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손실을 본다고해서 자신들도 이익을 얻지 못하는 구조는 당연히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의 부조리와 부도덕이 존재한다.

최근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하면서 전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페이스북은 채 며칠이 지나지 않아 공모가격 부풀리기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로 또다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금융권과 기업이 부정한 손을 잡고 투자자의 이익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한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엔론과 월드컴으로 대표되는 회계부정, 닷컴 버블 당시 금융권과 기업이 손잡고 벌인 터무니 없는 머니게임, 주가 조작, 사실상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파생상품 판매와 투기 조장 등은 이 책이 쓰여진 후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행태들이다.

이 책은 이같은 금융권의 부도덕과 탐욕을 드러내기 위해 예언자에 가까운 금융인의 생리, 이들을 믿고 따르는 순진한 고객들, 공매도와 옵션 같은 투자 시스템 등을 하나하나 파헤친다. 금융시장에서 작동하는 일종의 '게임의 법칙'을 알려주는 것이다.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게임의 법칙은 모른채 순진하게 금융권 사람들의 말에만 의지해 자신의 소중한 돈을 투자하곤 하는데, 이는 결국 자신의 돈이 어떻게 사라지는지도 모른채 빈털터리가 되는 길로 이끌려가는 것이다.

자신의 요트는 결국 고객 자신이 지켜야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게임의 법칙은 물론, 투자와 투기를 구별하는 것에서부터 건전한 투자의 기초를 쌓는다면 금융권의 탐욕과 부조리에 맞서 자신의 소중한 돈을 지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이 단순히 금융권을 향한 질책과 힐난으로 끝나지 않고, 수십년간 투자의 고전으로 꾸준히 사랑받는데는 병만 진단한 것이 아니라 처방전도 함께 제시하기 때문이다.


고객의 요트는 어디에 있는가/프레드 쉐드 지음/김상우 옮김/부크온 펴냄/1만7000원(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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